한국 이동전화 요금, OECD 최저 수준
31일 본보가 입수한 SK텔레콤의 OECD국가 이동전화 요금 비교 보고서는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OECD 국가의 평균요금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가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각국의 요금을 비교하기 위해 최적 요금제 비교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은 이용자가 다양한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것을 선택했다고 가정한 뒤 월 통화시간을 정해 다른 나라의 요금을 비교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전화 요금은 월 200분을 쓴다고 할 때 3만592원이다. 요금이 싼 순서로 30개국 가운데 9위. 300분을 통화하면 3만6825원으로 6위, 400분은 4만2945원으로 3위였다.
문자메시지(SMS) 요금 역시 환율과 실질구매력을 감안할 때 전체 OECD 국가 평균의 30%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은 건당 30원인데 전체 평균은 97원이라는 것.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
YMCA 등 25개 시민단체는 부가서비스 요금 인하를 요구하며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옥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관심이 높아져 10일에는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요금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동통신업계는 한국의 요금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데도 특정 부가서비스에 대해 요금 인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동통신업계의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이지 원가를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싸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달에 100분을 쓴다고 가정할 때 30개국 가운데 10위라는 얘기는 한국보다 더 싼 나라가 9개나 있다는 뜻이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룩셈부르크처럼 잘 사는 국가의 요금이 한국보다 싸다.
배경과 전망
애당초 이동통신 요금 인하 논의는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동통신업계는 통신요금이 비싼 게 아니라 한국의 이용자가 휴대전화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가입자 1명당 월 통화시간은 SK텔레콤이 191분으로 영국(140분), 프랑스(143분), 일본(168분), 독일(76분)에 비해 길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위원은 이동통신 요금이 싸다는 주장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며 음성통화로는 더 이상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해 음성통화와 부가서비스를 분리하려는 이동통신사의 정책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요금은 과소비 때문인가, 바가지요금 때문인가. 이동통신 업계는 한층 뜨거운 6월을 맞이할 전망이다.
홍석민 김상훈 smhong@donga.com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