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차는 10-0으로 크게 벌어졌지만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은 잠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9회말이 되자 에이스 나승현을 투입. 초고교급 투수 나승현은 성남서고의 두 타자를 잇달아 내야 땅볼로 유도한 뒤 마지막 타자 정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순간 광주일고 선수단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라운드를 뛰쳐나오며 승자의 환희를 만끽했다.
호남의 전통명문 광주일고가 성남서고의 돌풍을 잠재우고 금빛 찬란한 황금사자를 1983년, 1984년 2연패 이후 21년 만에 다시 품에 안았다.
6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5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관록과 패기가 맞붙은 결승전은 팽팽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나승현과 투 톱을 이루는 투수 겸 포수 강정호가 선발로 나가 8이닝을 탈삼진 7개에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막강 타선은 3회 서건창의 선제타를 비롯해 장단 17안타를 작렬시켰다.
마운드에 오를 때까지 1루와 외야를 오간 나승현과 4번 중책까지 도맡는 강정호는 2타점씩을 올리며 투타에서 맹활약.
나승현은 이날은 1이닝만 던졌지만 모두 5경기에서 총 21이닝동안 탈삼진 22개를 곁들이며 9안타 2실점(평균자책 0.86)으로 막아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강정호는 12와 3분의2이닝동안 탈삼진 12개에 3안타 무실점 행진을 펼쳐 우수투수와 타점상(7개)을 석권.
비록 창단 8년만의 첫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성남서고 선수단과 응원단의 매너는 학생야구의 모범으로 불릴 만했다. 선수들은 진심어린 박수로 승자를 격려했고 전교생이 야구장을 찾은 1000여명의 응원단은 열띤 응원과 함께 경기 뒤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한명도 자리를 뜨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장환수 김성규 zangpabo@donga.com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