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은 디즈니랜드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들뜬 마음으로 찾는 곳이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간판스타 이현일(김천시청사진)도 그랬다.
애너하임에서 열린 2001년 US오픈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기 때문.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이현일은 16일 즐거운 추억이 남아 있는 애너하임에서 개막된 제14회 세계선수권배드민턴대회에 출전했다.
13번 시드를 받은 그는 남자단식 1회전에서 까다로운 상대로 예상된 세계 42위 짐 로니 앤더슨(노르웨이)을 21분 만에 2-0(15-3, 15-7)으로 가볍게 눌렀다. 1세트에 이어 2세트에서도 9-0까지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라켓은 왼손으로 잡고 연필이나 젓가락은 오른손으로 잡는 양손잡이인 이현일은 생각보다 바람이 심해 좌우로 1m 정도 오조준해 공략했던 게 잘 맞아떨어졌다며 첫 경기를 잘 풀었으니 메달을 향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서울체고 2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현일은 2004 아테네 올림픽 16강 탈락의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다. 석 달 동안 라켓 근처에도 가지 않으며 방황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병역 특례에 따른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은 뒤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초 코트에 복귀해 스위스오픈과 싱가포르오픈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따며 재기에 성공했다.
한편 여자단식 1회전에서 세계 43위 황혜연(삼성전기)은 세계 13위의 강호 폰사나 살라키트(태국)에게 0-2(7-11, 1-11)로 져 탈락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