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사들은 1년에 1박스 정도씩 책이 늘어난다. 그런데 검사들의 방에는 책이 거의 없더라.
판사 출신인 백용하(사법시험 35회사진)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대검찰청에서 펴내는 검찰가족 8월호에 판사가 본 검사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실었다. 백 검사는 1999년부터 6년간 판사를 하다 지난주 법무부 인사 때 검사로 전직했다.
백 검사는 우선 절간처럼 조용한 법원에서 일하다 온 내게 활기차고 분주한 역동적인 모습은 매력적이라고 전직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백 검사는 판사들은 업무에 대해 스스로 책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 검사들은 누군가에게 물어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 일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것이란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수사기관이란 조직의 생리 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검찰도 법률적 판단이 중요한 만큼 검사에게도 책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 업무에 관해서만큼은 검사들이 연구하고 실력을 키워서 법리로 판사들을 압도하고 판례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검사는 또 하나의 개선사항으로 아직도 고압적인 피의자 신문을 꼽았다. 그는 아직도 검사실에서는 종종 피의자를 윽박지르거나 고함을 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 검사는 조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심리가 위축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피의자를 인간적으로 배려하면서도 필요한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는 수사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