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중의 문계철(60) 교장은 한강중 교사들이 제자에게 평가를 받아 수업의 질을 높였다는 기사가 본보에 나간 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교원단체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자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자청했다.
당시 교장실에는 격려의 전화가 쏟아졌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들의 항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교내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우리(평가를 받은 교사들)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오해가 팽배했다.
당연히 교사들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10월 이전에는 제자의 평가를 받은 교사의 85.7%가 다시 평가받겠다고 응답했지만 그런 목소리는 사라졌다. 결국 12일 교원평가 시범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문 교장은 교사들이 반대하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평가의 긍정적 면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에 대한 평가지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14일 교사 34명 전원에게 교장의 학교 경영에 관한 의견조사, 15일 학급마다 5명씩 20학급 학부모 100명에게 교장의 학교 경영에 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제목으로 설문지를 돌렸다. 교사에게는 교사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채널이 마련됐는지 학교 예산수립 시 효율적 방안이 되도록 노력하는지 등 40개 항목을 물었다. 학부모에게는 교육과정 편성에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학교운영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에 적극 협조하는지 등 20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구했다.
문 교장은 행정업무 축소를 위한 노력에 신경을 덜 쓴다는 교사들의 평가가 나왔다며 학급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교사 1인당 업무가 증가한다는 점을 교육당국에 알리고 보조교사를 받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로부터 특기적성 교육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자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신청자가 없었다며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으면 휴대전화를 통해 알리는 등 의사소통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미희(43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씨는 교장선생님의 평가 질의서를 받아 보고 놀랐으며 학교와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됐다며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왔으며 학부모로서 무엇을 도와야 할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 설선국() 씨도 교원평가제 논란이 없었다면 참 좋은 시도로 칭찬받을 일인데 많은 동료가 우리 노력을 오해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문 교장이 오해를 풀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평가를 자청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교장이 평가를 자청한 데에는 교장이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돼 뛰어야 학교가 발전한다는 철학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강중에 부임하면서 학교 내 업무 대부분을 정난영() 교감에게 맡기고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뛰어다녔다.
교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다음 교사 평가가 이뤄진다면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발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성주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