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외교가는 알렉산더 버시바우(53) 주한 미국 대사의 드럼 연주에 흠뻑 취해 있다.
지난달 29일엔 정몽준() 의원과 이홍구(전 주미대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주최한 추수감사절 파티에 참석해 솜씨를 보였고, 30일엔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와 즉석 연주를 선보였다.
사실 버시바우 대사의 드럼 연주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예일대 재학시절부터 가다듬은 실력이고, 동료 외교관들과 코얼리션 오브 더 윌링(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는 밴드를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다. 밴드 이름을 굳이 번역하자면 뜻 맞는 사람끼리 뭉쳤다는 정도라 할 수 있을까?
여하튼 그는 한국에 부임하기 전부터 내가 최초의 록 밴드 출신 주한 대사가 될 것 같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 그의 공식 데뷔 무대는 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으로 잡혀 있다. 그동안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로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10월 16일 서울 부임 직후부터 데뷔 무대를 물색해 왔다.
원스 인 어 블루 문의 임재홍() 대표는 1일 대사관에서 연락 온 게 한 달쯤 전이었고, 엊그제는 버시바우 대사가 직접 클럽을 찾아 한상원 밴드와 리허설까지 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말을 듣는 순간 버시바우 대사의 드럼 연주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대표도 놀랐다고 했다. 처음엔 아마추어가 그냥 재미로 하는 줄 알았다. 그런 홍보 사진들을 많이 찍으니까. 그런데 버시바우 대사가 리허설까지 하겠다고 해서 놀랐다. 재즈 뮤지션들 하고 어울려 연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타리스트인 한상원() 씨도 대사님의 드럼 실력에 깜짝 놀랐다. 프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리허설 때는 10곡 정도를 연습했다. 한 씨는 연습곡 중에 스토미 먼데이(Stormy Monday)란 곡이 대단히 인상 깊었다. 블루스의 진한 맛을 알고 드럼을 친다.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팩션(Satisfaction)도 잘 하시던데, 아마 2일 공연 때 앙코르곡이 될 것 같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몽준 의원 초청 추수감사절 파티 때 버시바우 대사의 연주를 지켜봤다는 열린우리당의 유재건() 의원은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대중외교(Public Diplomacy)에 나선 것 같았다고 촌평했다.
지난달 30일 대사관저에서 열린 뉴올리어스 밴드의 연주회는 버시바우식 대중외교의 신호탄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바다가 된 뉴올리언스의 도린 케친스 밴드가 모금활동에 동참해준 한국인들을 초청해 본바닥 재즈를 선물하는 자리였다.
김창혁 조이영 chang@donga.com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