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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연탄 배달길 끊겨 엄동설한 끼니마저 걸러

도시락-연탄 배달길 끊겨 엄동설한 끼니마저 걸러

Posted December. 24, 2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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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노인들이 눈 때문에 굶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 여성자원봉사회 김정강(64) 회장은 이번 폭설로 관내 노인 8명에게 도시락을 건네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21일 밥과 반찬을 차에 싣고 길을 나섰던 김 회장은 40cm가 넘게 온 눈 때문에 가던 도중에 돌아왔다.

김 회장은 노인 10명에게 일주일에 두 번 도시락을 드리는데 사흘째 전달하지 못했다며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보살펴 주도록 부탁했다고 말했다.

폭설이 계속되면서 고통받는 사람이 늘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식사를 해결하기 힘들고 일용직 노동자는 일감이 끊겼다. 노점상은 좌판을 펴지 못해 생계가 막막해졌다.

광주 광산구 A복지관의 경우 노인과 장애인 80여 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왔지만 22일은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40여 명에게 도시락을 전하지 못했다. 북구 B복지관도 100여 명에게 배달했던 도시락을 절반밖에 보내지 못했다.

광주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는 24일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20가구에 연탄 4000장을 전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봉사센터 관계자는 시민의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 100가구에 모두 3만 장의 연탄을 나눠 주려고 했는데 폭설 때문에 지금껏 6000장을 배달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보건소도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전남 장흥군 장평면 북부통합보건지소의 경우 평소 30여 명이 물리치료실과 한방치료실을 이용했으나 22일에는 2명만이 이곳을 찾았다.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도 폭설이 반갑지 않다. 학교가 임시 휴교하면 점심을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21일부터 최고 40cm의 눈이 쌓인 전남 나주시의 경우 전체 초중고교 50곳 가운데 33곳이 22일부터 이틀간 휴교해 급식 지원 대상 1000여 명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

휴일이나 방학 때는 구청이나 복지관이 도시락을 주지만 임시 휴교 때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나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폭설로 인한 휴교가 흔치 않아 이들에 대한 급식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면서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휴교 때 점심을 굶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