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인 회사원 김모(34) 씨는 최근 불임클리닉에서 정자 수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술과 담배를 금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10년이 넘은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클리닉을 다녀온 날이나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 김 씨의 아내는 시부모는 불임의 원인이 내게 있는 줄 아는데 왜 당신은 원인을 알면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며 화를 낸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정자 수 불임이라면 남성부터 검사하라
가부장제 전통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불임은 여성의 탓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 불임의 원인은 남녀에게 똑같이 절반씩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여성보다 남성 쪽에 원인이 있는 불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액 1mL당 정상 정자 수를 기록한 외국의 유명 비뇨기과 교과서(Smiths General Urology)의 사례에서도 이런 점을 추정할 수 있다. 이 교과서에는 1960년대 초반 정상 정자 수를 6000만 마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1970년대 개정판에는 4000만 마리로 교정했으며 2001년판에서는 다시 2000만 마리로 줄였다.
불임이 의심된다고 아내에게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다. 남편부터 검사하고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아내가 하는 게 순서다. 여성 불임은 원인이 너무 다양해 검사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남성은 간단한 정액 검사만으로도 이상 유무를 대부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환은 체온보다 11.5도 낮게 삼각 팬티 대신 트렁크 팬티를
정자는 어제오늘 만들어진 게 아니다. 고환에 있는 정조세포(정자의 모세포)가 성숙된 정자로 자라는 데 74일 정도 걸린다. 정자는 다시 부고환에서 12일 정도 더 성숙기간을 거친다.
이처럼 성숙된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임신을 원하는 시점에서 최소한 3개월 이전부터는 몸 관리를 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가을에 분비가 가장 왕성하다. 이때부터 몸 관리에 들어가면 봄에 성숙한 정자가 가장 많다. 또 시간대별로는 아침에 남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하다. 이를 종합하면 봄날 아침이 임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고환은 체온보다 11.5도 낮게 유지해야 정자생산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잔주름이 많은 것도 표면적을 넓혀 땀을 많이 냄으로써 온도를 낮추려는 본능 때문이다. 아주 추울 때가 아니면 내복을 입지 않거나 삼각 팬티 대신 트렁크 팬티를 권유하는 것도 고환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술 담배 스트레스 조심 여성화장품 오래 사용하면 불임될 수도
흡연과 과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약물 복용은 남성 불임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런 습관들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정자생산에 차질을 빚는다. 설령 정자가 잘 만들어졌다 해도 활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비만도 남성불임의 원인이다. 고환에 연결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정계정맥류는 젊은 남성의 10%에서 발견되는데 주로 선천성이다. 일반인에게는 정계정맥류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비만일 때는 고환의 기능을 크게 떨어뜨려 불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드물게는 고환암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여성 화장품 또한 남성 불임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백화장품처럼 여성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에는 미량이지만 스테로이드 성 호르몬의 전구물질(초기단계 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화장품을 사용하면 정자 생산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뜨거운 목욕 또한 고환의 온도를 올린다는 점에서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고 앉았을 때도 정자의 생산력이 떨어질 수 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