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재록-이헌재씨 관계는

Posted April. 03, 2006 03:00,   

日本語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참석했을 때 오호수() 김재록(구속) 씨가 동행했으며 김 씨가 술값을 냈다.(재경부 관료 출신 A 씨)

2000년 초 1일본 도쿄()에서 이 전 장관, 김 씨와 함께 술자리를 했다. 김 씨가 안하무인으로 행동해 언성을 높였는데 이 전 장관이 김 씨 편을 들더라.(재경부 관료 출신 B 씨)

전직 고위 경제관료 중에서도 이 전 부총리가 구속된 김 씨와 가장 각별한 사이라는 증언은 수없이 많다. 둘의 관계를 말할 때 항상 오 씨가 함께 등장하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는 침묵하고 있다. 취재진을 따돌리고 있다.

김 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전직 재경부 장관 중 강봉균() 진념() 김진표() 씨가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할 말이 없는 것일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김재록은 이헌재의 남자?

김 씨가 이 전 부총리와 알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 초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씨는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이 전 부총리의 신뢰를 얻었다.

재경부 출신과 금융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씨는 이헌재의 남자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이 전 부총리와 밀접한 관계였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김 씨는 이 전 부총리의 해외출장 때 동행하기도 했다며 당시는 해외에서 딜이 많을 때였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아더앤더슨에서 근무했던 한 회계법인 임원은 김 씨와 이 전 부총리는 자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며 너무 자주 부르니까 술이 약한 김 씨가 안 가려고 핑계거리를 찾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당시 재경부 간부 중에는 김 씨를 의심하면서 이 전 부총리에게 멀리하라고 조언한 사람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C 씨는 여러 사람이 이 전 부총리에게 김 씨를 멀리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이 때문에 김 씨에게 뭔가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고 했다.

김 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서 물러나며 후임에 오호수 고문을 앉혔다. 증권업협회 회장을 지낸 오 씨는 이헌재 사단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이 전 부총리와 막역한 사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고 이 전 부총리의 측근인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은 이 전 부총리는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다 만난다며 최근에도 김 씨가 영양가 있는 정보를 많이 물어 날랐다고 전했다.

이 전 부총리 외부와 연락 끊어

김 씨 사건이 불거진 후 이 전 부총리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측근에 따르면 그는 지난주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김 씨 사건이 불거져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전 부총리가 출국 금지 조치됐다는 얘기가 한때 나돌았으나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본보 취재팀은 지난주 내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 전 부총리 자택 앞에서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자택 전화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남겼지만 대답도 없었다. 오 씨도 마찬가지다.

김영재 회장은 낮에는 친구를 만나고 골프도 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다며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1일 경기 양주시 송추CC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길어지는 침묵, 커지는 의혹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전 부총리를 둘러싼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김 씨가 정부와 민간의 굵직한 용역을 수주하고 인맥을 넓히는 과정에서 이 전 부총리와의 친분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실시한 뒤에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는 데 김 씨가 관여했고, 이 과정에 이 전 부총리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말이 검찰과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건 초기만 해도 혹시 하는 수준이었지만 이 전 부총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정말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