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개인정보 노출=공공기관 홈페이지는 통째로 띄워진 내부 문서를 통해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한광업진흥공사 공채 정보관리 분야에 지원한 K 씨. 주민등록번호 7704**-154****, 토익 890점, 가족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살 아래 남동생 1명 등 4명이고 광업 관련 직종 가진 가족은 없음.
2142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광업진흥공사 홈페이지에는 주민등록번호와 학력은 물론 사진까지 담긴 2004년 입사지원자의 지원서가 있다. 사진 등을 내려받으면 주민등록증 위조도 가능할 정도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번호, 소득, 재산 규모, 여성 가장이 된 사유 등이 담긴 여성가장창업자금 지원자 86명의 신상 정보가 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법률 상담이나 사건 제보를 위해 이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포함된 주민등록번호가 각각 7건, 6건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대학 가운데에는 사립대가, 민간 기업 가운데는 금융업체가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인하대 홈페이지에는 인하대 과학영재교육원에 지원한 I초등학교 1학년 C 군. 주민등록번호는 9805**-1168***, 인천 남구 학익동 T아파트 ***동 ****호에 살고 있으며 부모님 전화번호는 016-8**-0***으로 A반에 지원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당사자는 황당, 유출 기관은 당황=주민등록번호를 노출한 기관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들 기관은 노출 원인에 대해 관련 부서의 실수, 미삭제 예전 자료 등이라고 변명했다.
벤처기업 대표 4923명의 신상정보를 통째로 노출한 서울시 홈페이지의 한 관리담당자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지난해부터 개인정보가 포함된 개편 이전 자료를 삭제하고 있는데 미처 삭제되지 않은 자료가 검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노출된 당사자들은 이 같은 해명에 분노했다.
여성가족부에 여성가장창업자금을 신청했다가 개인정보가 노출된 이모(42여) 씨는 내 가정사를 다른 사람이 봤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면서 이는 실수라는 변명 한마디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광업진흥공사에 지원했던 박모(30) 씨는 조직 내에서도 인사 관리자들만 볼 수 있는 지원서를 공개한 광업진흥공사의 무신경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는 뒷전=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정보 보호에 필요한 예산과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공공기관의 정보 보호 예산은 전체 정보기술(IT) 예산 가운데 5% 미만이다. 미국은 정보 보호에 전체 IT 예산의 10.6%를 투입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의 상당 부분은 해커가 아닌 관리자의 소홀이나 직무유기로 일어난다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리니지 명의 도용 등과 같은 사이버 폭력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윤완준 weappon@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