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희대가 이미 확정해 고지한 등록금 인상률을 다시 논의하기로 해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측은 13일 학교 대표 4명과 학생 대표 4명이 참여하는 등록금책정위원회(등책위)를 열어 등록금 인상률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가능하면 이달 안에 학생 대표들과 인상률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등책위는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나 회의를 열고 올해 1월 27일 2006년도 등록금 인상률을 6.8%로 확정해 학생들에게 고지했다.
하지만 학생 대표 4명 가운데 단과대학 학생 대표 2명이 3차 회의 때부터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참석하지 않은 데다, 전공별 대표까지 모인 총학생회 확대운영위원회가 등책위의 등록금 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는 지난달 2729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재논의를 위한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가한 56%의 학생 가운데 93%가 재논의에 찬성했다.
경희대 측은 학생들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11일 등책위를 다시 소집했다.
경희대 측 관계자는 이미 확정 고지한 등록금 인상률을 재논의하는 데 대해 일부 교무위원이 반대했지만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등책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학생 1만2695명은 이미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등책위가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등책위의 결정이 번복된 것은 학교 내에선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파워게임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경희대는 운동권 학생이 줄곧 총학생회장을 맡아 왔으나 올해는 비운동권 학생이 총학생회장이 됐다. 이 대학의 15개 단과대 가운데 6개의 학생회는 운동권 학생들이 맡고 있어 이들과 총학생회가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반드시 인하를 전제로 등록금 인상률을 재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협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해 인하 요인이 새로 발견된다면 등록금을 인하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