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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 KCC명예회장, 실리콘사업에 전력투구

정상영 KCC명예회장, 실리콘사업에 전력투구

Posted April. 27, 200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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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사(차돌모래)에서 시작했으니 규사로 끝을 내야지.

정상영(70) KCC그룹 명예회장은 요즘 경기 용인시에 있는 KCC 중앙연구소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미래사업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실리콘 관련 연구진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중앙연구소를 찾은 25일에도 정 명예회장은 이곳을 방문했다. 그는 KCC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실리콘 사업에 애정을 쏟고 있다.

실리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KCC중앙연구소의 이원호 상무는 당신(정 명예회장)께서 인생의 마지막 비즈니스라고 여기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리콘이 KCC를 먹여 살릴 것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

현대가() 창업 1세대 6남 2녀 가운데 정인영(86) 한라그룹 명예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희영(81) 여사 등 3명만 생존해 있다. 특히 아직까지 경영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은 정상영 명예회장이 유일하다.

KCC의 운영은 장남인 정몽진 회장과 둘째인 정몽익 사장이 맡고 있지만 경영의 큰 틀은 아직 정 명예회장이 잡아 준다.

유학을 가라는 형(고 정주영 창업주)의 말을 듣지 않고 직원 7명을 모아 1958년 서울 영등포에서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한 게 KCC그룹의 시작. 어느덧 매출 2조8970억 원, 순익 2836억 원의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페인트와 건자재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 명예회장은 사용분야가 무궁무진한 실리콘 사업이 앞으로 KCC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돌에서 뽑아낸 석유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를 탄소와 합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실리콘은 돌에서 뽑아낸 석유로 불린다. 고유가 시대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첨단소재.

우주항공, 군수산업, 자동차, 반도체 분야는 물론이고 화장품, 여성 인공 유방, 콘돔, 리모컨, 컴퓨터 키패드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실리콘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만 4000종에 이른다.

하지만 세계에서 실리콘 원료를 독자 기술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손으로 꼽힌다.

미국의 다우코닝과 GE, 일본의 신네쓰, 독일의 바커 등이 메이저 기업이고 한국에선 KCC가 유일하게 실리콘 원료를 생산 중이다.

10여 년의 연구 끝에 독자 개발에 성공한 KCC는 2004년 세운 전북 전주공장에서 연간 3만 t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올해 30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서산시 대죽지방산업단지에 연산 6만 t 규모의 실리콘 공장을 세우는 등 공장 증설에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연산 20만 t으로 규모를 늘려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그의 야망.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팔아 13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도 실리콘 공장 증설 때문이었다.

26일 만난 장남 정몽진 KCC 회장은 기술을 배우고 오라는 아버지의 지시로 1990년대 초에 무작정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에 있는 실리콘 공장을 몇 개월씩 찾아다닌 기억이 난다며 실리콘 사업을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