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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청와대 동아리

Posted May. 04, 20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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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밤 기분이 참 좋다. 대대적인 백악관 인사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며칠 전 백악관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비서실장 대변인 등을 바꾼 백악관 요직 개편을 두고 한 말이다.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도 비서실을 대폭 개편했다. 만일 노 대통령이 이와 비슷한 농담을 던진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번에 발탁된 수석비서관들은 모두 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다. 변호사인 전해철 민정수석과는 한때 해마루 법무법인에서 함께 일했고, 박남춘 인사수석은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일 때 총무과장이었다.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은 핵심 측근인 이광재 의원의 처남이고, 차의환 혁신관리수석은 부산상고 동기생이다. 마치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마태복음) 하는 식으로 친위()인사를 줄줄이 엮었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는 코드 인사, 이념 과잉, 아마추어리즘, 측근 비리 등이 겹쳐 국정혼란의 진원()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올해 들어서도 국가기밀문서 유출, 아내 살해, 음주 운전 등 기강해이 사건이 줄을 이었다. 이런 마당에 제대로 검증도 안 된 대통령의 남자들을 또 대거 기용했으니 대통령비서실이 국정의 심장부가 아니라 무슨 동아리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론이 아무리 코드 인사의 폐해를 지적해도 청와대는 우리 식으로 가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

대통령도 임기 말이 되면 주변에 모두 자기 사람을 배치해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야 권력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민의()의 통로가 막히고, 결국 대통령의 자폐증()만 깊어진다. 청와대에 대한 각 부처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역대 정권의 임기 말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금 그런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