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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육 독재 실험대에 선 학생들

Posted May. 04, 20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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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4개 대학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교육 당국은 대학의 자율적 결정임을 강조하며 환영했지만 고등학교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 합의의 첫 대상이 될 고교 2학년생들은 1년 전 입학할 때부터 내신 위주의 입시가 될 것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 예고에 따라 치열한 내신 경쟁을 벌여 왔다. 살인적 경쟁을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자 논술 열풍이 불었다. 교사들도 앞으론 논술이 입시의 대세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대학의 방침이 또 바뀐 것이다.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일부 대학은 합의한 적 없다고 했다. 정부가 내신 입시를 하라고 압박하니까 따르는 모양새만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가 실제로 어떻게 치러질지는 그때 가 봐야 알지, 지금은 예측이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내신 수능 논술을 같이 준비할 수밖에 없는 3중고에 더 시달리게 됐다. 학생들이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부르는 이 셋 중 어느 게 입시의 중요 변수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사교육비만 늘어나게 됐다. 자율을 외치면서도 교육부의 압력 앞에서 오락가락하는 대학 모습도 볼썽사납다.

이 정권은 평등이란 미명하에 교육 독재를 자행함으로써 학생들을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실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교육의 전 분야에서 절대 권한을 행사하려 드는 정권과 대학 사이에 끼인 학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며 불확실성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렇다고 내신 입시가 공교육 살리기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내신이라는 믿을 수 없는 자료를 대학에 강요하는 것은 공교육 회복보다는 강남과 특목고,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 고교 같은 특정 고교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밝힐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