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획부동산 업계의 원조로 불리는 삼흥그룹 김현재(47사진) 회장이 9일 횡령과 탈세,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김 씨가 횡령한 회사돈 245억 원 중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0억 원이 정치권에 건네졌는지를 추적 중이라고 밝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차동언)에 따르면 김 씨는 충북 제천시, 전북 무주군, 경기 용인시, 이천시 등지의 땅을 헐값에 매입한 뒤 허위 개발 정보를 미끼로 투자자들에게 평균 5, 6배 가격으로 팔아 2년 동안 212억 원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기획부동산 업체인 삼흥인베스트 등 계열사 5곳에서 245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매출을 누락하는 방법으로 89억여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삼흥센추리 대표 박모 씨 등 계열사 임직원 7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김영철() 1차장은 김 씨 등은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임야 등을 평당 2만5만 원에 매입해 허위 정보로 일반인을 속여 평당 37만 원에 되팔았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0여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90년대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획부동산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1년 이후 5년 동안 전국 20여 곳의 땅을 매매해 531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 씨가 횡령한 회사돈 245억 원 중 215억 원의 용처는 확인했으나 2003년 이후 회사 임직원 명의로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를 매입한 데 쓴 30억 원은 용처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가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들과 가까웠고, 현 정부에서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열린우리당 민생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김 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24억 원을 자신이 1999년경 인수한 호남매일신문에 지원했으며, 50억여 원은 친인척이나 친구 등에게 빌려주거나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