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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굽은 중소기업 대끊긴다

Posted May. 12,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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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2세인 장한근 씨는 직장에서 늙은 막내로 통한다.

그가 인천 서구 검단동에 있는 경인금속공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이후 주물공장이 사양산업이라며 동료와 후배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신입사원마저 들어오지 않아 11년째 막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장 씨에게 모처럼 후배가 생겼다. 30대 중반의 건장한 청년이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제 발로 공장을 찾아온 것.

비슷한 또래의 직장 동료가 생겨 너무 반가웠어요. 외로울까 봐 점심 먹을 때도 꼭 옆에 앉히고 담배도 같이 피우면서 살갑게 대했죠.

하지만 영원한 막내에게 찾아온 행운은 나흘 만에 날아갔다. 그 청년이 열악한 환경과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둬 버린 것. 그는 11년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의 중소제조업이 늙어 가고 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면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인력의 고령화는 한 공장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면 산업현장의 생산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되고 나아가 한국 제조업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노인정?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 있는 불연재 생산업체 서한안타민은 지난해 85억 원의 매출을 올린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100만 달러 수출탑, 신기술 마크 인증 등 이력도 화려하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불연재를 만드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고문이 57세로 조만간 정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

이균길 사장은 전체 30명의 생산직 직원 중 20명이 50세에 가깝다면서 어렵게 젊은 사람을 구해 데려와도 대부분 일주일을 못 버틴다며 답답해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창원은 아예 정년 개념이 없어졌다. 이 회사는 젊은 일꾼을 구하지 못하자 고령자라도 붙잡기 위해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연장했다.

그러나 정년을 연장해도 후임자가 들어오지 않아 3년 전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는 결국 다시 정년을 맞은 조립공 한 명을 최근 재취업시켰다.

걱정되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

문제는 고령화로 인한 제조 기술의 유실()이 한국 제조업의 존폐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특히 주물, 금형, 도금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일수록 사정은 심각하다.

이들 산업의 전문기술은 보통 현장에서 45년씩 숙련과정을 거쳐야 배울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기능전문학원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론보다는 현장의 감()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이들 기술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조선,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완성되기 위한 중간 단계 기술이라면서 이런 기술이 사라지거나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한국 제조업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유재동 changkim@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