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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두 길

Posted May. 13, 20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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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게 선생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어요.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서울 면목고 교사들의 말이다. 살림을 팍팍하게 만든 1997년 외환위기였으나 돈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제자들 보기가 안타까워 교사들이 장학회를 만들었다. 교사 이동이 잦은 공립학교에서 10년째 장학회를 계속하는 것도 놀랍지만 교사로서의 도리라는 말의 울림은 더 크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선생으로서의 도리로 애프터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사회주의를 믿었던 젊은 날, 그는 제자들에게 마르크스와 마오쩌둥() 책을 읽히고 노동운동을 권유했다. 그런데 박정희 체제가 무너졌는데도 자본주의는 발전했다. 연옥()을 통과하는 고뇌 끝에 우파로 전향했지만 여전히 좌파투사인 제자도 적지 않았다. 잘될 것 같으면 밀어주겠는데 그냥 두면 개죽음이다 싶어 말리러 다녔지요. 그래서 돌아선 대표적인 제자가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문수 국회의원이다.

1970, 80년대를 풍미한 또 한 사람의 선생으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있다. 중국이 죽()의 장막에 가려졌던 시절 그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엔 숱한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은 리 선생님이 우리에게 보여 준 문화대혁명은 중국 공산당에 의해 부정됐고, 중국 인민에 의해 잘못임이 확증됐다고 했다. 그러나 리 씨는 지난해에 낸 책 대화에서까지 한국정부의 미국 예속성을 비판하고 북한의 자주성을 높이 평가했다. 반미친북 제자를 지금도 기르는 셈이다.

제자에게 도움이 되는 선생도 있고, 해()가 되는 선생도 있다. 면목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나도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내가 받은 사랑 이상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이런 학생과는 달리, 제 할 도리 못하는 교사로부터 분노와 증오를 배운 학생들이 그 나쁜 에너지로 미래 한국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