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부터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실거래가뿐 아니라 자금 조달 계획과 실제 입주 여부까지 신고하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기관 예금액, 부동산 매도액, 주식 채권 매각 대금, 현금은 물론이고 금융기관 대출금과 사채() 같은 차입금도 적어 내야 한다. 탈세자와 투기꾼에 대한 세무 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가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주택 구입자 전원을 대상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지금 주택거래신고지역은 서울 강남 3개구, 용산 양천 강동 영등포 마포 성동 동작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과천 용인 수원 광명 군포 등 수도권 도시로 확대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 집을 사는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재산 명세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사생활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 행정이다. 백화점에 소매치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만으로 형사가 모든 고객의 장바구니, 호주머니, 지갑을 뒤지면서 쇼핑 명세를 적어내라고 강요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건설교통부는 국세청이 이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투기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고객들을 모조리 검색하면 소매치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투기 억제라는 행정 목적에만 매달려, 그에 따르는 엄청난 국민 불편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정책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목적의 정당성뿐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의 적절성을 갖추어야 한다. 정책이 추구하는 공익()과 이 때문에 침해당하는 사익() 사이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이 시행령 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실수요자의 거래 의욕이 크게 위축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사실상 제약받는 상황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개인의 정상적 경제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국 자유 시장경제의 거래 질서를 손상시킬 우려가 크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농후한 규제를 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감행하겠다니 참으로 무모한 행정이다. 이렇게 무리한 법규로 국민을 발가벗기고 들볶으니 파쇼 독재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