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절묘한 박

Posted May. 30, 2006 03:08,   

日本語

여러분의 염려와 걱정 덕분에 이렇게 퇴원해 다시 뵙게 됐다. 큰 소리로 인사드리고 호소도 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

피습 사건으로 열흘 동안 입원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퇴원 직후 대전으로 달려가 유권자들 앞에 내놓은 지원유세의 첫마디였다.

집념의 유세 강행=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밟은 박 대표는 자신의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접전지인 대전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간단한 죽으로 점심을 때운 박 대표는 오후 2시 20분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사무실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오후 3시경 박 후보와 함께 대전 중구 은행동의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지원유세를 했다. 유세 차량에서 1분 40초가량 행한 짤막한 연설에서 그는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를 꼭 당선시켜 달라. 제가 보장한다며 여러분의 선택을 기대하겠다고 호소했다.

유세 현장에는 박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든 6000여 명의 시민이 박수와 환호를 연발했고, 일부 지지자는 울먹이기까지 해 박풍(박근혜 바람)을 실감케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청색 바지 정장과 주황색 블라우스, 엷은 회색 단화 구두 등 피습 당시의 전투복 그대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유세가 중단된 시점부터 다시 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다는 게 당직자들의 해석.

상처 부위에 의료용 테이프를 두껍게 붙이고 엷게 화장을 한 모습의 박 대표는 상처 부위가 아픈 듯 말을 할 때도 입을 크게 벌리지 못했고, 미소도 짓지 않았다.

아직 할 일 남아 있다=이날 전격 유세는 측근들도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유정복 비서실장을 병실로 불러 대전과 제주를 가겠다. 투표도 하겠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고 정치쇼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렸지만 박 대표는 당 대표이자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단호하게 말했다는 것.

박 대표는 병원 3층 로비를 나설 때 몰려든 박근혜님을 사랑하는 모임을 비롯한 700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제가 무사히 병원을 나서게 된 것은 아직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부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제 얼굴에 상처보다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지 걱정이다. 이제 저의 피와 상처로 우리나라의 모든 상처와 갈등이 봉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원 효과 여부와 열린우리당 경계=당내에서는 주변 만류도 뿌리친 박 대표의 극적인 지원유세가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당 소속 후보들의 대역전극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오버라는 신중론보다 우세하다.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퇴원으로 피습 사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점은 반기면서도 그의 대전, 제주 방문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우상호 대변인은 박 대표가 완쾌돼 퇴원하신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대전에 대한 집착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염홍철 후보에 대한 개인적 원한 때문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한마디를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상경했다가 30일 제주도로 가 현명관 제주지사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를 한 뒤 31일에는 주소지인 대구에 가 투표를 할 계획이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