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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무심한 정부에 억장 무너져

Posted June. 22,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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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56주년 기념일을 나흘 앞둔 21일.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57여) 이사장은 1950년 9월 헤어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이사장의 아버지는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에 돈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북한 정치보위부 요원들에게 끌려간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는 28일부터 열리는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납북자 김영남(45) 씨가 어머니 최계월(82) 씨를 만날 예정이라는 소식에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정부에 전쟁 납북자는 잊힌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족협의회 측이 찾은 1952년 정부 문서에 따르면 전쟁 납북자 수는 8만2959명에 이르지만 정부는 아직 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정부는 전후 납북자에 대해선 485명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수차례에 걸친 실태 파악과 생사 확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쟁 납북자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 측은 스스로 그 실태를 밝히기로 하고 9월 발간을 목표로 625전쟁 납북자 사료집을 만들고 있다. 이 사료집은 전쟁 납북자 가족이 2000년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모은 납북자 명부와 정부의 공식문서를 900여 쪽 분량으로 담게 된다.

이 이사장은 자료를 찾는 몇 년 동안 정부는 도운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2000년 가족협의회를 꾸린 뒤 통일부에 전쟁 납북자 관련 자료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국가기록원과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가 국민의 일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 전쟁 납북자 가족들이 직접 자료를 찾기로 했다. 가족협의회 회원들은 국회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했고, 국가기록원을 수십 차례 찾았다.

이들은 1952년 정부가 발간한 625사변 피납치자 명부 5권을 2002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마침내 찾아냈다. 이 이사장은 도서관 관계자는 정부는 이 자료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통일부는 이 자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1950년 공보처 산하 통계국이 발간한 서울시 납치 피해자 명부, 전쟁 납북자 수를 1만7000여 명으로 집계한 1954년 내무부 자료 등 관련 자료는 계속 발견됐다.

그러나 정부 측은 여전히 전후 납북자 수를 전체 납북자 수처럼 언급하곤 한다.

올해 4월 이 이사장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전체 납북자가 485명이라고 말한 이유를 따지기도 했다. 이 장관은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전쟁 납북자 실태조사를 약속했고 사료집 발간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이사장은 통일부가 여전히 실태조사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전쟁 납북자 실태조사의 범위와 시기, 방법을 관련 단체와 협의 중이며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서 전쟁 중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50여 년간 조국으로부터 잊힌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일구는 데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라며 전쟁 납북자 실태조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가족협의회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 625전쟁 납북피해 56년 납북자 송환촉구대회를 열고 10만여 명으로 예상되는 전쟁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