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유가와 원화가치 상승(원화 환율 하락) 등 경제 요인에다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 불안 자동차업계 등의 파업 홍수 피해 같은 경제외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잘나가던 대기업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휴업에다 야반도주까지-중견중소기업의 고통
자동차 소음기를 만드는 경북의 A사는 19일부터 휴무에 들어간다.
현대자동차에 소음기를 납품하는 이 업체는 최근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보름 넘게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휴무를 결정한 것.
현재 적정 재고량(34일)의 두 배가 넘는 열흘 분량이 창고에 쌓여 있지만 좀처럼 파업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 회사 김모 사장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500억 원인 A사는 지난해 10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 이 중 절반인 5억 원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 때문에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김 사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파업강도가 높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 같다며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7500여 개 협력업체의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의 섬유업체인 S사 사장 이모 씨는 빚에 시달리다 며칠 전 갑자기 야반도주했다. 고유가로 화학섬유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급상승한 데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부도를 냈기 때문.
대구지역 중견 섬유업체인 서강물산 김대균 대표는 3, 4년 전만 해도 매출이 700억 원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반 토막이 났다며 380명이던 직원을 250명까지 줄였는데 해고된 직원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요즘 이 지역 섬유업계에서는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기업 체력도 바닥나기 시작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 2분기(46월) 매출은 26.6%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43.9%와 64.3% 줄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수출 호조를 보였던 LCD 반도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자동차는 6월 26일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노조 파업으로 이달 18일 현재 9490억 원(차량 6만8560대 생산 차질)의 손실을 입었고 조만간 매출 손실이 1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포스코도 건설노조원들이 6일째 본사를 불법 점거해 2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월에 수도권 627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을 경우 원가 구조상 63.2%가 조업을 중단해야 할 수준이라고 답했다.
규제완화로 투자의욕 살려야
전문가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외부 악재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외부 악재에 견딜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를 더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외부적인 난관을 내부 시장 활성화로 돌파할 수 있다며 시중에 자금이 넘치고 투자처도 많고 투자할 기업도 많기 때문에 업종별 진입규제 폐지 등을 통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