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왼쪽 다리를 접어 기댄 승석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곱게 입을 다문 채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체 게바라 평전. 싸움이 인생의 전부라던 그가 체 게바라 평전 한 장 읽고 창밖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장 읽고 묵념하고.
#장면 2. 딸을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가필. 그러나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때 승석, 그에게 다가가 한마디 건넨다. (목소리 최대한 저음으로) 소중한 걸 지키고 싶지 않아?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플라이 대디. 소시민 가장 장가필(이문식)이 고3 싸움짱인 고승석(이준기)을 만나 강해진다는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 장가필과 4차원적 인물 고승석이 서로 화합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배우 이준기에게 있다.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고승석. 그를 연기하는 이준기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자아도취에 빠진 듯하다. 대화의 절반 이상은 고사성어나 명언, 백과사전에나 나올 법한 정확한 통계 수치다. 여기에 동방예의지국과는 거리가 먼 반말도 서슴지 않는다. 교복 넥타이는 반쯤 풀어져 있고 시선은 아래를 향한 채 늘 무언가를 노려보는 모습과 외양 등 심한 왕자병에 걸린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고승석의 왕자병 지수는 얼마나 될까? 그의 언행, 외양 등을 분석해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점수화해 봤다.(5점 만점)
체 게바라 평전은 왕자가 읽기에 편한 책.(동아일보 영화팀) 언행 4점
이준기의 실제 나이는 29세, 다른 영화의 나이는 20세, 고승석의 나이는 70세, 고수니까.(이봉수) 외양 3점
발작을 일으키는 것도 사랑스럽다.(채이영) 언행 5점
조심스럽게 유혹하는 것은 고승석이 아니라 이준기다.(김영진) 언행 4점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