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고려대 글로벌 MBA(경영학 석사) 1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 내 그랜드볼룸. 안대로 눈을 가린 10명의 내•외국인 학생이 컵에 매달린 끈을 하나씩 잡고 물을 흘리지 않은 채 컵을 목표 지점까지 옮기는 팀워크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 서먹해하던 다른 학생들은 이들 옆에서 Turn left(왼쪽으로) Go straight(똑바로 가) 등을 외치며 이동 방향을 설명했다. 프랑스 소르본대를 졸업한 알렉산드라(26•여) 씨는 훈련 뒤 외국 대학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적 프로그램으로 조직 내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요즘 다양한 국내외 사례 연구와 해외 최신 경영이론을 접목한 토종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한 각 대학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적 경영학을 배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인가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등 6개 대학 경영전문대학원은 최근 1기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들 대학은 토종 MBA의 장점으로 해외 대학 MBA보다 수업료가 싸고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하며 미국 등 해외 MBA 과정에서 실시하는 수업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여기에 국내 대학 특유의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학생들을 끄는 요인 중 하나다.
신입생 64명 중 22명이 외국인인 고려대 글로벌 MBA에 입학한 프랑스인 기슬랭 브룅 씨는 최근까지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2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 경영학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기슬랭 씨를 포함한 22명의 고려대 글로벌 MBA 신입생들은 22일부터 3박 4일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특유의 입학 세리머니인 막걸리 사발식도 소화해 냈다.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학생들이 대개 직장인이라 이들 MBA 과정의 상당수는 수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단기 속성의 고강도 수업으로 진행된다.
21일부터 수업에 들어간 서울대 글로벌 MBA는 1년 수업 전체가 영어로 진행된다. 외국인 학생은 전체의 16%인 8명으로 미국 듀크대와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
고려대 글로벌 MBA 역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의 학위과정 인증을 받아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도 취득 학점이 인정된다.
연세대는 최근 1년 6개월 과정으로 일반 과정 61명 산학협동 과정 7명 글로벌 과정 30명 등 98명의 MBA 신입생을 선발했다. 글로벌 과정은 역시 외국 국적자가 30%에 이르며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토종 MBA 시장이 가열되자 지금까지 2년짜리 MBA 과정을 운영해 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54학점), 성균관대 SKK GSB과정(54학점) 등도 전열을 재정비해 학생 모집에 나설 태세다.
MBA 컨설팅업체인 JCMBA 김형기 상무는 국내 현실에 맞고 현장감 있는 사례 연구를 할 수 있느냐가 국내 토종 MBA 연착륙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헌 박현진 ddr@donga.com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