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미 증원전력 보장 못해=많은 역대 수뇌부들은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초래할 가장 큰 군사적 문제점으로 미 증원전력의 투입 차질을 꼽았다.
한미연합사 체제는 연합작전계획인 작계(OPLAN) 5027에 따라 모든 유형의 전쟁 징후에 대비한 시차별 부대전개목록(TPFDD)에 의거해 미 증원전력 투입이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군이 단독 작계를 작성해야하기 때문.
이남신 예비역 대장은 국익적 사활이 걸리지 않고서야 전시작전권도 없는데다 거센 반전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이 대규모 증원전력을 한국에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수뇌부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돼 양국이 독자사령부를 갖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철저히 헌법 절차에 따라 증원전력의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미 의회의 승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일순 예비역 대장은 개전 초기 북한이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미군의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초기 피해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질 수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미 양국이 독자사령부 체제로 가더라도 군사협조본부를 통해 전평시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전직 수뇌부는 군사협조본부는 어디까지나 협조 차원일 뿐 한미연합사처럼 지휘통제기구가 아니며 유사시 어느 정도 구속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독자사령부는 작전 효율성 저하=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전쟁의 기본원칙은 지휘의 통일성인데 두 지휘관 체제로 간다면 작전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는 미 증원전력의 장비 물자를 한국군도 원활히 활용할 수 있지만 독자사령부 체제에선 미 측에 일일이 협조를 구해야 하므로 전쟁 수행의 효율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선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지휘체계가 중요하다며 전시작전권 환수는 중요한 안보 위기라고 말했다.
한국군 독자방위력 확보 6년 내 불가=국방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인 2012년까지 한국군이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다목적 실용위성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정보무기를 몇 대 도입한다고 해서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도입된 첨단 무기를 제대로 전력화하려면 몇 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역대 수뇌부들은 전 군의 주요전력과 병력을 예하 소대부터 합참 지휘부까지 첨단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전술지휘통제(C4I) 체계는 몇 년 내 구축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육군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현재 한국군의 C4I 체계는 육군 군단급에서 시험 평가하는 수준이라며 세계 최상의 한미연합사 C4I 체계도 매년 훈련을 통해 보완하는 상황에 몇 년 내 한국군이 독자적인 C4I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역대 수뇌부들은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의 추가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공군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지상군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전력의 핵심인 공군 전력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