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미관계는 양국 모두에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 같은 추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무언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 관계는) 극도로 약해지면서 결국 소멸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자칫 양국 지도자의 인식 차이를 확인시켜 주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미동맹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물론 양국 모두 예전 지지자 그룹, 비정부기구(NGO), 노조 등의 반대에 직면해 있지만 두 대통령이 각각 여당은 물론 반대론자들에게도 한미 FTA를 호소하고 설득한다면 동맹의 소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다면 커다란 진전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한미 간의 대북 인식 차이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미국은 한국의 태도가 너무 순진(naive)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너무 호전적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unfortunate) 발언을 많이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양쪽 다 그랬다. 목표의 우선순위에 있어서도 근본적 차이가 있다. 미국엔 세계가 가장 중요하고 둘째 동북아, 셋째 한반도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그럼에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 부분들을 중시하고 집중해야 한다.
양국 정부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나?
북한 위조지폐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이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는데 왜 지금 다시 불거졌는가? 조용히 해결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공개적으로 이슈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먼저 공개적인 이슈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대립 모드로 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을 매우 의심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폭격할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한국이 종종 그러는 것처럼 북한에 대해 싫은 말을 안 하고 북한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잘못인 건 마찬가지다.
백악관이 노무현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노 대통령은 한국 국민에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뉘앙스의 논리를 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미국과 부시 행정부에 대한 노 대통령의 그런 코멘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에도 shoot from the hip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노 대통령은 너무 조급히 너무 많은 걸 미리 생각하지 않고 얘기한다.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협상의 기본은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한 고려 없이는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지도자 모두 그걸 못하고 있다. 악의 축도 영어권 사람들에겐 근사하게 들리지만 실제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