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판검사 재직 때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아 별 문제없이 개업할 수 있었던 전관() 변호사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판검사 재직 시의 비리가 뒤늦게 드러난 변호사에 대해 곧바로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비리가 드러나도 검찰의 기소 후 1심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변호사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변호사 개업, 안전지대 아니다=변협은 지난달 28일 정례 상임이사회에서 최근 법조비리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등록 취소 여부를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변협이 등록심사위에 회부한 변호사는 수입카펫 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3일 불구속 기소된 박홍수(48전 수원지검 부장) 송관호 (44전 서울서부지검 부장) 변호사다.
변협은 20일 등록심사위를 열 예정. 9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5명 이상이 등록 취소 의견을 내면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등록 취소 결정은 임시적 조치인 법무부의 업무정지명령과 달리 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비리 변호사 설 땅 없어지나=지금까지는 판검사 재직 때 비리 사실이 적발되면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사표가 수리되면 현직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징계를 모면할 수 있어 변호사 개업에 제약을 받지 않았다. 이런 관행은 법조계 자정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법원과 검찰은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사표를 내더라도 이를 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 개업에도 제한을 받는다.
변호사가 비리를 저지를 때에는 변협의 자체 징계나 법무부의 업무정지명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판검사 시절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채 개업한 변호사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변협 내에서도 논란=변협은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현행 변호사법 조항을 준용해 등록 취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변호사법 8조(1항 4호)는 공무원으로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 해임은 제외)을 받은 사실이 있는 변호사의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현직 변호사의 등록 취소 요건을 규정한 변호사법 18조에 준용한다는 것.
변협 내부에서는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법해석이라는 의견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협 등록심사위원은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