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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인터뷰

Posted October. 12, 20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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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포용정책 탓에 넘어간 돈으로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핵은 돈만 있다고 간단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문제는 기술인데 북한이 그런 기술이 있는지 의문이다. 제3국 가운데 핵기술이 발달된 나라들이 있다. 이 나라들은 가난해서 핵기술 관련 과학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제가 안 된다. 아마 제3국의 과학자 한두 명을 돈을 주고 채용한 게 아닌가 싶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제재는 어느 수준이 타당하다고 보나.

핵실험을 한 이상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은 완전히 끊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까지 중지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가 주요 관심사의 하나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수단을 쓸 것으로 보나.

미국은 속으로는 무력 공격을 통해 북한을 없애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에 대해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영원히 쓰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선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력 사용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으로 본다.

만약 미국이 무력수단을 사용하려 할 경우 중재자로 나설 용의가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두 나라 사이에 위기 상황이 생기면 긴밀히 연락해 협조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미국에 직접 가서 만날 생각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주변국들에 비해 정보 수집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정보에 대한 미국 의존도는 어느 정도인가.

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모든 정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정보, 특히 한반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한미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논의는 무기한 중단돼야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남한에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1년 한국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우리는 비핵화 선언하면서 미국의 핵을 내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끊임없이 핵개발에 몰두하면서 결국 핵실험까지 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잘못한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그때 결정은 북한을 너무 몰라 오판한 것이다. 미국의 핵이 남한에 남아 있어야 했다.

1994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려고 해 온몸으로 막았다는데.

당시 동해에는 미군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해 모두 33척의 군함이 폭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공모함에서 비행기가 이륙해 북한을 폭격하기까진 7분 정도가 소요된다. 반면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포에서 쏟아져 나온 포탄들이 서울에 떨어지는 데는 1분 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군이 공격을 시작하면 그 전에 서울은 불바다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을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20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 전화 통화에서 단 한 명의 한국군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맞섰다. 당시 사용된 전화는 미국 백악관에서 나온 직원들이 설치해 준 것으로 도청이 불가능한 직통 전화였다. 국내 정치문제로 주제를 바꾸겠다.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확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새롭게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뭔가 하려고 애를 써도 잘 안 된다. 국민이 노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따르지 않고, 국제사회는 곧 그만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초연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 절대 다수가 노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노 대통령을 정계에 입문 시킨 장본인 아닌가.

나는 내 인생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노 대통령을 정계 입문 시킨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다. 돈이 없어 출마 안 한다는 사람을 돈을 줘가며 출마시켰는데.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5억 달러를 주고 정상회담을 했는데 노 대통령은 그만한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겠나.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반드시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대단히 불행한 사태에 처할 것이다. 국민들이 북한의 정책에 물들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야당은 야당답게 싸워야 한다. 과거 40석을 갖고도 엄청난 국민 지지를 받지 않았느냐. 안타까운 것은 요즘 정치인들 입에서 애국심이란 단어가 사라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처럼 정치인에게 중요한 말이 어디 있느냐.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 어느 후보가 적격이라고 보나.

그런 얘기는 안 한다. 다만 후보들이 경선 이후에 갈라서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 갈라서지 않기 위해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가 한나라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 후보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언론과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내 경우 언론과의 관계가 좋은 적도 있었고 불편한 적도 있었지만 언론의 지지가 없었다면 대통령이 안 됐을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사주들을 구속시켰는데 이는 최악의 독재자가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일 가운데 북한에 불법적으로 5억 달러를 송금한 것과 언론사 사주 구속시킨 것이 가장 나쁜 짓이다.

국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국민은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를 갖고 차기 대통령을 잘 뽑고 정권을 교체하면 좋은 세상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