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는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들 만큼 강력하진 못하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몸을 웅크린 채 견디다 보면 중국과 한국이 점차 제재에 관심을 잃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장은 북한 정권에 수단이 아닌 핵심 목표다. 따라서 제재를 통해 그 목표를 포기하게 만들려면 그 내용이 포괄적이고 혹독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일본이 처음 내놓았던 제재안 초안, 즉 모든 수출 및 수입(인도적 구호품 제외) 금지, 금융거래 중단 등이 북한을 돌아오게 만들 최소한의 강도를 지닌 것이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제한된 부분적 제재로는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북한은 어느 정도 제재에 대비했을까.
상당량의 석유를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04년 한국이 제공한 디젤유 비축분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올 상반기 중국의 투자를 통해 북한에 수천만 달러가 흘러들어갔다. 일정 지역에선 군인들이 곡물을 거둬간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제재의 고통을 주민들에게 전가할 것이다.
어느 정도 충격이 가해지면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올까.
(순전히 추측이라고 전제하며)만약 중국이 23개월 석유 공급을 끊으면 북한은 회담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제는 말로는 북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강도의 페널티와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거듭되면, 북한은 그런 (제한적인 제재만 가해지는)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는 레드라인을 넘어설 것이란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매우 위험한 궤도에 진입해 있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중단하면 북한 정권의 행동과 경제에 실제적 영향을 미칠까.
중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현금 유입을 감소시키므로 경제적 충격이 있겠지만 이는 부분적이다. 그보단 정치적 상징적 효과가 강할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행동과 관계없이 언제까지나 혜택을 제공하진 않을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을 언제든 돈을 빼내 쓸 수 있는 자동현금지급기처럼 취급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인데.
내가 한국에 산다면 나 역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포용, 접촉) 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서 인게이지먼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부턴가 한국 정부는 시야를 잃었다. 목적은 북한의 변화고 인게이지먼트는 도구인데, 인게이지먼트 자체가 목표가 돼버린 것 같다. 인게이지먼트는 어느 정도 조건부, 상호주의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의 정책과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몇 년 전부터 그랬어야 했지만 이번에도 상황을 호전시킬 기회는 분명히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도 그런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의 반응은 말하기 거북하지만, 매우 혼란스러운 것 같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