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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할 일 없는 특별보좌관

Posted November. 18, 200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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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노무현 대통령이 정무수석을 없애려고 없앤 게 아니다.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총선 후 노 대통령에게 정무수석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노 대통령과 함께 몇 사람을 검토해 봤더니 정말 적임자가 없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정무수석은 폐지됐고 열린우리당에선 이후 2년 내내 당과 청와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정무수석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노 대통령은 화답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원래 청와대가 당이 같이 갈 필요가 없다는 노 대통령의 속내가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등 4명을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이강철 정무특보까지 총 5명으로 특보단이 확대 개편된 것.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등 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치 현안에 직접 개입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제 와서 뭐하자는 것이냐는 반발 기류가 나타났다.

그로부터 20일 가량이 지났지만, 정무특보단의 실체가 잡히지 않고 있다. 여태까지 특보들끼리의 상견례도 없었다고 한다. 조영택 특보는 17일 만나서 상의를 해봐야 무슨 일을 할지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여권 관계자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각자의 역할분담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최근 참정연 초청 강연에서 참여정부 시스템이 가장 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당내의 반()청와대 분위기를 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해 친노() 의원들을 두루 접촉하며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래 조용한 성격인 문 특보는 정무특보로 임명된 뒤 당사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오영교 조영택 특보는 시도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데 따른 보은 성격이 강해서인지 별다른 정무적 활동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앞에 횟집을 내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를 빚은 이강철 특보는 주로 영남권 인사 등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알려졌다. 사석에서 청와대 수석들의 견제가 심하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 이 특보는 조만간 당 국정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영등포 당사로 출근할 것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당에서는 정무특보단을 뭐하러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공연히 당-청 소통에 대한 기대만 높이고 불편하게 했다는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한 재선 의원은 소주 마시며 불만도 듣고 하는 자리인데 면면을 보면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