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를 거쳐 국회에 상정된 비정규직 관련법이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2년 이상 끌어오다 어제 민노당을 제외한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제정됐다. 민주노총과 민노당은 비정규직 고용 사유를 질병과 출산으로 제한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는 세계에 유례가 없어 설득력이 약했다. 어제 민노당은 반대 토론에 나서지 않고 연단 점거만 한 채 표결 처리를 사실상 묵인했다. 비정규직 보호입법이 늦어질수록 548만 명을 헤아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는 차별과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되면 한 기업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고, 생산성과 작업효율성이 동일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별이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은행 창구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복리비를 포함해 2배 가량 차이가 났다. 이토록 불합리한 차별이 대거 사라지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무거워져 자칫 노사갈등 확산과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은 새 법 시행 이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해야 한다. 정부가 공기업의 비정규직 해고를 막겠다고 하지만 사기업들은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감원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던 정규직 근로자들이 철밥통을 열고 나눔의 정신을 발휘해야만 비정규직의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다.
비정규직 숙련 노동자를 잃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손실이다. 기업과 비정규직이 윈-윈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 근로자들은 총파업 집회 때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쳤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이들 노조의 강고한 철밥통과 경영권 침해 때문이다. 이제 노조들은 회사 측에만 모든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노노()간 격차 완화를 위한 내몫 떼 주기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