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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미스소니언 한국실

Posted January. 16, 20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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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은 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을 두 축으로 해서 그 사이에 관청 건물들을 배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백악관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한쪽에 자리 잡았다. 오히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건물이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 박물관들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16개의 박물관은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중심에 있다. 관청 건물은 뒤쪽으로 밀려나 있다. 정치를 위해 만든 도시에 문화를 앞세운 도시 설계자의 착상이 신선하다.

영국 과학자 제임스 스미스슨이 1829년 평생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미국에 거액을 기부해 스미스소니언협회가 창립됐다. 이 협회는 박물관, 연구소,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소장 유물만 1억4000만 점이다. 산하 박물관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거대한 공룡과 매머드의 뼈가 전시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심장부에 있는 데다 입장료까지 받지 않아 언제나 인파로 붐빈다. 연간 입장객이 1000만 명에 이른다.

이곳에 한국전시실이 5월 개관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25만 달러를 지원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 독립된 전시실을 갖게 됐다. 이 박물관의 유물 수집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세계 각국을 상대로 동식물 표본과 민속품을 수집한다. 한국 유물만도 3000점이 넘는다. 북한은 2003년 이곳에 있는 한국 유물의 일부가 625전쟁 때 평양에서 가져간 것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새 전시실에 선보일 유물은 이 박물관이 갖고 있는 19세기 말의 의류와 공예품이다.

해외관광 길에 박물관을 찾았다가 초라한 한국 관련 유물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사람이 많다. 2000년 대영박물관에 한국전시실이 마련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시물의 수준이 낮아 우리 문화의 진수를 보여 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교환 전시 같은 방법을 통해 우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