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원고도 다 못읽고 허둥지둥대통령 연설이 왜 이래

원고도 다 못읽고 허둥지둥대통령 연설이 왜 이래

Posted January. 25, 2007 07:36,   

日本語

23일 밤 전국에 1시간 동안 TV로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과 언론 탓을 하며 자화자찬으로 흐른 연설 내용은 물론 예정된 방송 시간을 맞추지 못해 준비된 원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전 준비과정에서 참모들의 철저하지 못한 보좌로 인해 임기 마지막 해 국정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방송사고나 다름없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4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전날 신년연설에 대한 시중의 반응을 물은 뒤 연설 중에 페이스를 좀 잃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이날 참모회의에서 국정상황실과 치안비서관실은 신년 연설에 대한 여론 반응과 시청률 등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토대로 토론을 벌였다.

윤 수석은 신년연설에 대한 자체 평가에 대해 기대한 것에 비해서 크게 빠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시청률도 지난해에 비해 올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당초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프롬프터(원고 자막기)가 없는 파격적인 국정연설을 기획했지만 노 대통령이 시간 안배에 실패해 연설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가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은 A4용지 61쪽에 4만4000자 분량으로 이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2시간도 모자란다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예행연습 없이 국정연설을 밀어붙인 것은 너무나 안이했다는 것이다.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연설로 하는 방식은 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행연습 여부에 대해 TV 카메라 세워놓고 시간을 보면서 하는 것은 안 했다고 준비 부족을 시인했다.

윤 수석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너무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쓸 내용이 많아서 못 쓰는 경우들이 있지 않나라며 참여정부의 민생이 도탄에 빠진 상황이냐는 부분에 대해선 일반인들의 체감과 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 않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꿈과 희망을 갖자는 취지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시간 관계상 그 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신년연설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꺼렸다. 윤 수석은 참모들 가운데 대통령에게 시중의 반응이 매우 안 좋다고 직언한 사람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상에 맡기겠다며 피해갔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