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97287년 시국공안사건 판결 중 재심이 예상되는 사건으로 224건을 자체 분류한 것과 관련해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된 사건과 판결문상 피고인이 고문이나 불법구금 등을 다퉜음이 명백한 사건들이라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2005년 9월부터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 이뤄진 시국공안사건 3500여 건 중 이 같은 기준에 따라 224건을 따로 분류했으며, 이들 사건에 대해 적절한 기회에 포괄적인 오류 인정을 통한 해결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도 현행법상 당사자의 재심 청구가 없이는 판결 변경이 어려운 만큼 이들 사건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판결문 검토 작업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후속 작업을 유보한 상태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과거사 정리에 나설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만큼 2008년 이후로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이날 변현철 공보관 명의로 낸 자료를 통해 재심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서만 각급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재심 대상 사건을 선정하거나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법원 내부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변 공보관은 또 재심청구가 없더라도 명예회복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은 현행법상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판결문 검토만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헌법학자인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포괄적 재심은 현행법 절차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재심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대법원이 판결문에 과거의 판결 잘못 같은 것을 명시할 수 있고, 이것이 원심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수월하게 하도록 작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조치 위반 재판 판사 실명 공개와 관련해 정 교수는 판사 명단은 기본적으로 판결문에 공개돼 있으므로 문제가 안 되지만, 재판에 참여한 판사를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안 된다. 이 경우 명예훼손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