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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알파와 오메가 는 재무

Posted February. 03, 200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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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의 장인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장인 최광해 부사장이 빈소에 도착했다. 최 부사장은 종전의 재무팀과 감사팀이 합쳐진 전략지원팀의 팀장과 재무파트장을 겸임하고 있다. 전략지원팀에는 현재 재무파트와 경영진단파트의 두 파트가 있다.

조문을 마친 최 부사장은 미리 도착해 담소를 나누고 있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최 부사장보다 한참 선배 뻘인 계열사 사장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인사말을 건넸다. 드디어 재무팀장이 오셨네, 이제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군.

그룹 재무책임자가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삼성그룹에서는 전략지원팀 재무파트가 각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시행여부를 결정한다. 계열사 사장들이 후배인 최 부사장을 각별히 예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대기업에서 영향력이 큰 임원들을 살펴보면 유난히 재무통()이 많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등 상당수 그룹의 2인자가 재무 전문가들이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실시된 임원진 인사에서도 재무통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4대 그룹 중 3개사에서 넘버 2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그룹에서는 재무팀 출신의 권한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그 정점에는 총수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의 2인자라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학수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에 이어 전략기획실 서열 2위인 김인주 사장(전략기획실 차장)도 대표적인 재무통. 올해 49세인 김 사장은 벌써 3년 전인 2004년에 사장으로 승진할 만큼 파격적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삼성 안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 이학수 부회장이라면 이 부회장의 오른팔은 김 사장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9월 현대모비스 고문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박정인 수석부회장도 정몽구 회장에 이어 그룹 2인자로 꼽힌다. 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해 경리 및 재무 업무를 맡으면서 30여년간 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LG그룹에서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는 강유식 LG 부회장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숫자에 밝은 재무기획통이다. 얼마 전 LG필립스LCD 사장으로 영전한 권영수 사장도 LG전자 재경부문장 출신의 재무 전문가다.

GS 한화 두산 신세계 현대백화점에서도 두각

이런 사정은 다른 그룹에서도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른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 전문가다. 구 부회장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절대적 신임 아래 차세대 총수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신세계를 이끌고 있다.

GS그룹 경영자중에도 재무통이 많다. GS홈쇼핑 강말길 부회장, GS홀딩스 서경석 부회장, GS건설 김갑렬 사장 등이 재무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두산그룹에서는 이재경 전략기획본부 사장이 재무통이다. 동산토건(현 두산산업개발), 두산식품, OB맥주 등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담당 업무를 맡아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도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그룹의 실세로 꼽힌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LS산전의 김정만 부회장은 LG그룹에 있을 때부터 LG화학과 옛 LG산전의 CFO를 지냈고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오른 경청호 기획조정본부 사장도 재무에 밝다.

한화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동옥 경영기획실 투자운영담당 부사장도 김승연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이밖에 SK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인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지금은 다소 힘이 약해졌지만 오랫동안 손길승 전 회장에 이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교한 업무능력과 강한 충성심이 비결

재무통 출신의 부상()은 숫자에 밝고 치밀해 총수의 경영철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입이 무겁고 오너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한 대기업 임원은 외환위기 이후 CEO가 인수합병(M&A), 회계 등 전반적인 재무업무를 모르고서는 경영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