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이 수출에 목매던 시기에 대통령이 거의 매달 각료들을 청와대로 불러 수출 증가액을 체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스스로 빈곤 퇴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합시다. 자, 그럼 제가 1년 뒤에 다시 한국에 오겠습니다. 그때 다들 자리 비우고 도망가시진 않겠죠?
세계적인 석학의 이 같은 농담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제프리 삭스(53)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빈곤 퇴치 전도사이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과 함께 미국 경제학계 3대 슈퍼스타로 불리는 그가 7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외교통상부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개발원조(ODA) 국제콘퍼런스: 천년개발목표의 효과적 달성 방안 모색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볼리비아의 경제자문관으로 활동하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진압하는 등 1980년대부터 경제난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에 경제정책을 조언해 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 세계의 빈곤 문제를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25년 전부터 끊임없이 한국을 찾았던 삭스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식견과 애정을 과시했다. 한국의 기적적인 발전은 모든 빈곤 국가의 희망이라는 취지였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세계 유명 석학들은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이 예상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며 한국은 성공의 모범사례이며 특히 새마을운동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개도국 원조는 한국 경제와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윈윈(Win-Win)이야말로 경제학의 미학이라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이번 회의의 주제인 천년개발목표(MDG)에 대해서도 한국이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년개발목표는 2015년까지 빈곤 퇴치, 아동 사망률 감소 등 총 8개의 목표를 위해 설정한 것으로 2000년 유엔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는 행사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빈곤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빈곤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FTA는 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삭스 교수는 최근까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의 최근 저서인 빈곤의 종말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