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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군기잡기 국무회의

Posted March. 15, 200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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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시절의 일화() 한 토막. 강영훈 총리가 취임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데 뒷자리에 배석해있던 청와대 모 수석비서관이 각하 말씀이라며 대통령의 당부사항을 전하려했다. 당시만 해도 지당한 관행이었다. 그러나 강 총리의 호통이 회의장을 울렸다. 거기 누구야? 누군데 장관들 회의에 끼어드는 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발언도 금지시켰다. 기획예산처장관을 마치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혈죽(핏대) 선생이란 별명답게 국무회의석상에서 몇 차례나 장관들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으로부터 비서실장은 국무회의에서 절대 발언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받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황호택, 생각의 리더 10인 2004)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헌법 88조)하는 자리다. 의장은 대통령이,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부처 장관들이 위원이 된다. 또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그렇게 엄중한 자리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다. 법적 책임이 없는 말 그대로 비서의 우두머리로 국무회의에 배석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안이 생기면 (문제가 된 공무원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데지방사람 자존심 상하는 문제라며 각 부처의 지방전출제도를 비판했다. 제이유 사건에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엮어 넣기 위해 불법수사를 자행한 검찰 수사팀의 지방전출 조치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담당 검사를) 괘씸죄로 다루지는 않겠다고 한 끝에 나온 발언이어서 당장 검찰 군기잡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문 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