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이전 협상 과정 등에서 밀고 당기는 씨름을 벌이느라 한국 내에서 강성 이미지를 쌓아 온 버웰 벨(사진) 주한미군사령관.
하지만 그가 7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미 동맹의 증진과 함께 주한미군 장병의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위해 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그의 인간적인 세심함이 화제다.
하원 속기록에 따르면 벨 사령관은 청문회 첫머리부터 소액에 불과한 2008 회계연도 군사시설 건축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거듭 간청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장교 부사관 군무원이 가족과의 생이별을 막기 위해 숙소 건축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용산 미8군 기지와 경기 북부 미 2사단은 경기 평택기지로 옮겨 가는 기지 이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약 3만 명 규모인 주한미군 가운데 가족 동반자는 5000명가량. 남북한이 대치한 군사상황이 반영된 10% 규정이 있지만 벨 사령관은 직권으로 주택이 공급되는 한도 내에서 2000명에게 동반을 추가로 허용했다.
미군에게는 단독 부임하면 1년, 가족 동반하면 3년이라는 해외 근무 규정이 적용된다. 현재 주한미군의 기혼자 비율은 60%. 1만3000명의 기혼자가 독신 생활을 하고 있다. 1년 만에 교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벨 사령관은 1970년 냉전의 한복판인 동독 서부 베를린에 근무하던 초임장교 시절을 회고하며 10% 규정의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12km 떨어진 베를린 장벽 너머에는 핵무장한 소련군 2개 사단이 주둔했지만, 육군 기갑부대 소위였던 나는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있었고, (독일에서) 아들도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약화되는 현 시점에 한국이 위험지역이라며 가족 동반을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들은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우느라 가족과 3, 4차례씩 이별한 장병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화당 간사인 던컨 헌터 의원은 부하 장병과 가족도 같은 생각인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한국에 전 가족이 옮겨가 3년씩 근무하는 것보다 혼자서 근무하면 1년 만에 교체돼 더 빨리 가족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벨 사령관은 상당수의 배우자와 직접 이야기한 결과 단 1명의 배우자도 해외 장기 체류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벨 사령관은 장병들의 장기 체류가 한미 동맹의 발전에 필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가족끼리 평생 가는 친구가 되고, 주말마다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며 오랜 동맹국인 한국과 가족을 바탕으로 깊게 사귈 수 있는 기회가 훼손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