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학문이 무엇인가에 관해선 이견이 많지만 학문 태동기인 그리스 시대엔 기하학과 수사학을 중요하게 여겼다. 플라톤은 신은 기하학자다, 말하는 기술(수사학)은 영혼의 마술이라며 기하학과 수사학을 예찬했다. 이런 전통은 중세시대까지 이어져 12세기경 처음 등장한 대학에서는 3학(수사학 문법학 논리학) 4과(기하학 산술 천문학 음악)를 가르쳤다. 그런 의미에서 이 3학과 4과는 오늘날 문과와 이과의 시초라 해도 과히 틀리진 않을 것이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학문세계에서 영역을 따로 구분할 수 없었다. 다재다능한 이상적인 르네상스맨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 과학자 수학자 그리고 철학자였다. 그는 원근법을 완성했고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밝혀냈으며 수많은 기계 설계도를 남겼다. 프랑스에서 운하 공사를 하다 죽음을 맞았으니 오늘날 기준으로 토목학자이기도 하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저서 이탈리아 기행에서 그 자신이 뛰어난 지질학자임을 보여 준다.
어제 서울대에서 철학 수학 영문학 생물학 등 각 분야 스타 교수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이 열렸다. 학문 간, 단과대학 간 높은 장벽을 허물어 지식을 대통합함으로써 미래사회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콜로키엄(colloquium)이란 심포지엄(symposium)보다 격식이 덜 갖춰진 세미나를 뜻한다. 콜로키엄이란 말 자체가 함께 말한다는 라틴어에서 나온 만큼 자신이 속한 학문의 울타리, 전공의 덫을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지식의 대통합을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통섭()이라고 부른다. 통섭은 21세기 메가트렌드다.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통섭)에서 심리학 등 사회과학은 앞으로 생물학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기야 숱한 시인과 작가들이 다룬 사랑이란 감정도 뇌의 작용으로 다 풀이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학문의 블루오션을 찾아나가려는 대장정의 미래가 기대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