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
탤런트 한효주(20)를 만난 첫 느낌이다. 성형 미인 시대에 조각 같은 연예인을 보면 황홀하기보다 부자연스러운 답답함을 먼저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한효주의 미소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현재 KBS 1TV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극본 최현경, 연출 문보현)의 주인공 지수 역을 열연 중이다. 이 드라마는 부족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가족과 풍요롭게 살지만 신뢰를 상실한 가족의 대비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2일 시청률 30%(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 전에는 젊은 팬들이 좋아했는데, 요즘은 공원 같은 데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알아봐 주세요.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노인정에서 매일 재방송도 보시고 즐거워하세요. 효도하는 것 같아요.
한효주는 지난해 겨울연가의 윤석호 PD에게 발탁돼 드라마 봄의 왈츠에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그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봄의 왈츠가 끝난 뒤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첫 드라마였는데 연기라는 걸 아예 모르고 했는데. 하고 싶은 수준은 하늘인데 실력은 너무 안 되니까 자책도 심하게 하고, 그러다보니 회의에 빠져 연기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효주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자고 마음먹었다. 모든 캐스팅 제의를 고사하고 이윤기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에 출연했다.
20대 여자 보경이 자아를 찾아다니는 줄거리였어요. 얘가 나구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연기로 삶을 뒤돌아봤더니 실제 제 삶이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연기한다는 느낌이 사라지고 카메라가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연기했어요.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그가 보여주는 지수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그는 지수하고도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며 내가 우유부단한 편인데 당찬 지수를 연기하면서 고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수는 10년 이상 친구로 지낸 무영(박해진)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수를 생각하면?
우정으로 만났다 사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릴 적 친구가 사랑으로 가기까지는. 저는 남자친구가 없지만,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혼자 속앓이를 할 것 같아요.
그는 봄의 왈츠가 4월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연기자로서 새롭게 발돋움하는 그는 약간 미친 연기를 해보고 싶다. 연기 스타일대로가 아니라 진심을 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