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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꽉 잡았어요

Posted April. 07, 20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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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8시. 막 피어난 봄꽃 향기가 가득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마포고 운동장. 이 시간이면 으레 헐레벌떡 뛰어오는 학생이 있을 법 하건만 운동장엔 단 한 명의 학생도 보이지 않았다. 마포고 학생들은 10분 독서로 이미 아침을 열었다. 1, 2학년생은 오전 7시 50분부터 10분간 월별 권장도서를 읽고 독서노트를 쓴다.

인문사회교육부장 윤익희(51) 교사는 독서를 시작한 이후 연예인이나 인터넷 이야기 위주였던 아이들의 대화 내용이 한결 다양해졌다면서 지각생도 사라져 하루가 차분하게 시작된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책을 읽는 초중학교를 가끔 볼 수 있지만 대학 입시에 쫓기는 고교에서 전교생이 책을 읽는 일은 흔하지 않다.

마포고 김태문(61) 교장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의 개요가 발표된 2004년부터 논술이 중요해질 걸로 생각했다. 그는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2005년부터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방과 후 학교 형식으로 통합논술 교육을 시작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사로 논술팀을 만들었다. 8명이 강의를 맡고 3명은 교재개발, 3명은 첨삭지도를 맡는 분업체계를 구축했다.

논술팀장 김평원(34) 교사는 교사 70명 가운데 55명이 논술 연수를 받을 만큼 열의를 갖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2시간 강의를 위해 일주일 동안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과학논술은 웬만한 전문학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마포고는 아우라 과학논술이란 교재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할 정도다.

5일 과학논술 강의에선 국내 최고의 과학잡지인 과학동아에 실린 전통 문화 속 과학 탐방-수원화성 성벽에 숨은 지혜 3가지라는 기사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과학 담당 윤익희(29) 교사는 과학동아의 기사 내용과 사진, 그래프를 재구성해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해 성곽 쌓는 방법을 쓰도록 지도했다. 3학년생 공순행(18) 군은 선생님이 과학잡지나 교구 등을 활용해 교재를 개발했기 때문에 논술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2년간의 논술 교육 덕분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합격하기 힘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포고의 논술 강의는 매주 일정한 주제를 4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독창적인 교수법이 특징이다.

이번 주 주제가 이순신이라면 월요일은 예시문 분석(국어), 화요일은 거북선의 부력(과학), 수요일은 조선시대 육군과 수군의 전술(사회), 목요일은 거북선의 진법을 통한 각도와 포사체 거리(수학) 등을 공부한 뒤 금요일에 논술문 작성과 첨삭 지도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서울대와 인하대 사범대 3, 4학년생 60여 명을 학교로 불러 대학입시와 같은 실전 방식으로 논술과 구술면접을 하면서 논제와 화법 등을 가르치게 했다. 교사들이 서울대와 교육과정평가원, EBS 등 외부 기관의 논술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논술 콘텐츠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2학년생 학부모 이광옥(47여) 씨는 대학이 통합논술을 치른다고 해서 걱정이 앞섰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지도해주니 학교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서 학원마다 수십만 원짜리 강의가 판을 치지만 학교 강의는 무료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