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213 베이징() 합의가 이뤄진 지 두 달이 지났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60일은 213합의라는 훌륭한 틀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은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보여 준 엄중한 예고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등 워싱턴 지역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13일자 A4면)한 데 이어 미 학계에서 대표적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미 해군전쟁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인 조너선 폴락 교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지난 60일간을 관찰하며 얻을 교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길고 긴 북핵 폐기 과정에서 첫 단계에 불과한 약속조차 이행이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며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포기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의 행태를 예측하기란 참 위험천만하며 현명하지도 않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길게 본다면 유연함은 유지하되 몇몇 기본원칙에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완전한 검증(full verification)은 양보해선 안 된다며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는 에너지 공급(중유 5만 t)과 같은 외부의 지원이 먼저 제공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상황 진전을 위해 자기들이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스칼라피노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큰 유연성을 보였고 이는 사람의 변화라며 강경파가 정부를 떠났고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현실주의자가 대통령의 마음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도 달라졌다고 본다며 중국에서, 그리고 내부적으로 (미국 등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압박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폴락 교수는 북핵 문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향후 10년 내에 북한이 핵능력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본다며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실질적 핵전력이 아닌) 상징적 수준의 핵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안전 보장과 약속을 대가로 핵 활동을 제한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
폴락 교수는 현재까지의 성과는 핵 프로그램 종식을 위한 작업의 서곡에 불과하다며 정책 담당자들은 옵션과 지렛대를 신중히 무게를 재면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관리들에게 들은 얘기라며 북한 외교관들은 우리는 중국이 1960년대에 했던 것과 같은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고 중국 관리들은 1960년대와 21세기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북한으로선 자신들의 처지가 40년 전의 중국과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피폐하고 최고지도자는 핵 개발을 통해 적대국과 동등한 지위를 찾으려 한다는 점이 공통된다는 설명이다.
커밍스 교수는 never late than never(늦었지만 안하는 것 보단 낫다)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지금은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들이 내세워 온) 원칙을 굽혀 가며 나아가고 있다며 특히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나 악(evil)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말들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은 내가 지난 세월 관찰한 대로 또다시 행동했다며 만약 북한이 지금 뭔가 진행하는 척한 뒤 훗날 다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체해도 난 놀랄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승련 이기홍 srkim@donga.com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