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연설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짓고 대통령의 자제와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도 두 번이나 선관위로부터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경고를 받은 것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법질서를 앞장서 수호해야 대통령이 헌법기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듭 법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헌정질서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취임 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우리 헌법 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으뜸가는 의무다. 헌재는 2004년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 결정문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되며, 특히 민주정치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헌법의식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헌법을 수호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헌재의 이런 충정()을 귀담아듣기는커녕 다시 한나라당과 그 대선주자들을 비방하며 노골적으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한 선서를 지키려는 성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탄탄한 법치()의 기반 위에서만 존립한다. 대통령이 법률을 짓밟고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나라를 법치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명색이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권위주의를 청산했다고 자랑하면서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돼가는 현실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출된 권력의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을 앞두고 전례가 없는 변론 요구를 하는가 하면, 다수의 헌법학자가 공권력의 주체인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헌재는 탄핵소추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을 무시하는 말을 한 것에 대해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법률을 공개적으로 폄하한 것은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번해도 지위를 이용해 헌법기관이 선관위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삼권 분립에 의한 균형과 견제인데 노 무현 대통령은 견제와 균형이 거추장스럽고 국정수행에 방해되는 것이라는 독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정도에 비추어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미약했다고 우리는 본다. 헌법소원 제기 등의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거듭된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의문마저 생긴다.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위반 발언은 이번이 세 번째로서 일종의 누범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것도 먼저 두 차례보다 이번 참평포럼 발언의 수위가 더 높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선관위와 헌법재판소의 두 차례에 걸친 선거법위반 경고도 승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선관위의 경고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시 유사한 선거법위반 언행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 매체가 중개하는 집회에서 야당과 두 대선 주자를 노골적으로 비난 한 것이 사전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도 지나치게 소극적은 법률 해석으로 생각된다. 법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 두 차례의 경고수준과 다를 바 없다. 한번 경고해서 안들으면 두 번째는 더 강력히 경고해야 하고 세 번째는 보다 더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식의 밋밋한 경고수준으로 대선 관리는 어떻게 엄정하게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노 대통령은 즉각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선거운동의 논란을 부른 대통령의 친위()조직 참평포럼을 해체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