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산대로변 400억 원 상당의 땅을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했다. 400억 원은 개인 명의 기부로는 최고 액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의료원은 지병으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60대 이모(여성북구 안암동) 씨가 5월 고려대의료원을 찾아와 평소 재물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던 어머니의 뜻을 따르겠다며 땅문서를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의료원은 이 씨의 의견을 존중해 이 씨의 이름, 가족 관계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부 당시 이 씨는 의료원에 단 한 가지만 요구했다. 자신의 사연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이 때문에 이 씨의 선행은 두 달간 알려지지 않았다.
공개 거부 이유를 묻는 의료원 측에 이 씨는 어머니가 재산을 상속해 주실 때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하셨다며 나는 전달자일 뿐 아무것도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의료원에 따르면 이 씨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다 교단을 떠나 운송업으로 수백억 원의 재산을 모았다.
이 씨의 어머니는 무남독녀인 이 씨를 남부러울 것 없이 키우면서도 항상 좋은 것도 해보고 나면 별것 아니지? 재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살아 온 자신의 집에서 남편, 자녀들과 함께 검소한 생활을 해 온 이 씨는 2003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몇 년간 재산을 기부할 곳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할 것을 결심했다.
고려대 의대와 병원이 연구 활동은 물론 사회봉사활동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어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하면 어머니의 뜻이 잘 이뤄지리라고 생각했다고 이 씨가 말했다고 의료원은 전했다.
홍승길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대기업도 아닌 개인이 아무 조건 없이 400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한 것은 고려대 전체 역사뿐 아니라 국내 대학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기부자의 뜻을 계승해 연구역량 향상과 사회공헌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기부 받은 강남구 청담동 땅에 병원을 신축할 계획이다. 또 이 씨 모녀의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축 병원 명칭에 이 씨 어머니의 이름을 넣고 병원 용도도 이 씨와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혜진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