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사업 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9일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 부장 등 북측 대표 5명이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중간 평가하고 향후 추진 방향 논의와 현장 시찰을 목적으로 육로를 통해 내일부터 3일간 방남한다고 말했다.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문은 2000년 9월 김용순 부장에 이어 두 번째다.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단독 배석했던 김 부장은 노동당의 대남 전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대남 사업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직함도 갖고 있는 북한 실세 중 한 명이다. 남측으로 치면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는 셈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부장의 청와대 예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노 대통령 면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장과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원동연 강수린 통전부 실장, 이현 통전부 참사 등 대표 5명과 지원 인력 2명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경의선 도로를 이용해 29일 오전 9시경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측 대표단 숙소는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이다.
김 부장은 방문기간에 이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는 1416일 열렸던 남북 총리회담에서 다루지 못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회담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3,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답방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각종 회담이 순조롭게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김 부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북풍()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도 남북관계를 대못질 해 놓으려는 현 정부의 시도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학한과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최대한 구체화해 다음 정부가 쉽게 되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