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던 5월 3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 하얀 펠레로 불리는 AC 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25브라질)의 20m 왼발 중거리 슛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200620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카카의 슛은 당시 국내외 대회 트레블(3관왕)을 노리며 최고 팀으로서의 주가를 높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AC 밀란은 결국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고 카카는 13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카카는 2007년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축구 선수다.
현존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그가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카카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 집계 결과 1047점을 얻어 504점의 리오넬 메시(20아르헨티나FC 바르셀로나), 426점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2포르투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쳤다. 이로써 카카는 유럽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유러피안 사커 골든볼(발롱도르) 등 올해의 주요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다. 내게도 그러하셨다.
브라질 태생인 그는 여덟 살 때 축구를 시작했다. 수많은 브라질 스타가 빈민가 출신인 데 비해 그는 중산층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발육이 느렸다. 어릴 때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외면을 받기도 했다. 18세 때는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척추 부상을 입고 전신마비의 위기에 몰렸다. 1년간 투병한 끝에 회복한 그는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그는 186cm의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다.
2001년 상파울루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 2003년 AC 밀란으로 옮겼다. 당시 밀란은 이적료 850만 달러(약 80억 원)를 지급했는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땅콩 값에 데려왔다며 흡족해 했다.
탁월한 드리블과 슈팅 능력 등 개인기를 지닌 그는 팀의 주 공격수였던 안드리 %첸코(31우크라이나첼시)가 2006년 첼시로 이적하면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 축구 대스타들과 같은 등번호 10을 달고 뛰는 그는 600만 유로(약 81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유럽 언론에 따르면 카카와 2011년까지 계약을 맺고 있는 AC 밀란은 레알 마드리드가 1200억 원의 이적료를 제시했지만 절대로 팔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