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엔 참살이(웰빙)식품으로 과메기가 일품이다. 배추나 상추 김 다시마 등에 과메기 한 점과 마늘 고추 쪽파 초고추장을 얹어 먹는 맛,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과메기의 원료는 원래 청어였으나 청어가 희귀해지면서 꽁치를 대신 쓰게 됐다. 그러나 맛과 영양가, 효능은 청어 과메기에 못지않다. 어린이 발육과 피부미용, 노화 방지에 좋고 몸에 유익한 HDL콜레스테롤이 많다. 숙취를 없애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아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과메기의 발상지는 경북 포항시. 영일만()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해안지역의 전통 식품이다. 이름도 이곳 사투리에서 유래했다. 꽁치 눈()을 목이 아닌 메기로 발음하고 꼬챙이로 꿴다고 해서 앞에 관()자를 붙여 관메기로 했다가 이 없어지면서 과메기가 됐다고 한다. 요즘 포항에 가면 찬 바닷바람에 꽁치를 꿰어 말리는 모습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서울 등지로 진출하기 시작해 이젠 미국에까지 수출된다.
과메기 업자들은 포항 출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덕분에 올겨울 신바람이 났다. 지난 주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나서서 과메기 300인분을 현지에서 공수해 와 출입기자들에게 과메기 파티를 열었다. 인수위 측은 격려의 뜻 외에 다른 의도가 없다고 했지만 과메기 홍보에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호남 특산물 흑산도 홍어로 파티를 열었던 5년 전의 대통령직인수위를 연상시킨다. 정권에 따라 해산물의 지위에도 부침()이 있는 셈이다.
김영삼(YS) 씨 이후 줄곧 항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정권과 해산물이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YS 시절엔 주로 검찰에서 광어와 도다리의 비유가 회자됐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 30년간 성골()로 통했던 대구경북(TK) 출신을 고급 횟감인 광어로, 새롭게 진골()로 떠오른 부산경남(PK) 출신을 한 단계 아래인 도다리로 불렀다. 김대중(DJ) 노무현 정부에선 홍어로 상징되는 호남 출신이 약진했다. 이제 과메기의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