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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흔드는 연설의 연금술사

Posted February. 20, 20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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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1963년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내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와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연설을 역사상 최고의 대중연설로 꼽는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변화와 희망의 기수 버락 오바마(사진) 상원의원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의 연설이 케네디 전 대통령과 킹 목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고 말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8일 타고난 웅변가인 오바마 후보가 전하는 메시지의 진정성과 독창성을 정조준했다.

힐러리 후보 측은 오바마 후보의 16일 위스콘신 주 밀워키 연설이 2년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 나섰던 디벌 패트릭 현 주지사의 연설과 조사 하나 다르지 않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말의 전쟁(War of the Words)=16일 연단에 오른 오바마 후보는 힐러리 후보 측이 자신에 대해 그저 말만 잘할 뿐 콘텐츠가 없다고 지속적으로 공격해 온 것에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연설했다.

(내 경쟁자는) 말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내겐 꿈이 있다는 명언도 그저 말일 뿐이다. 만인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언명도 역시 말일 뿐이다. 두려움 말고는 두려워할 게 없다는 것도 결국 말이요, 연설일 뿐이지 않느냐.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대목이 오바마 후보의 정치적 동지이자 절친한 친구인 패트릭 주지사의 2006년 10월 연설과 동일한 구조와 단어로 이뤄져 문제가 된 것이다.

힐러리 후보 측은 파급력이 큰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둘의 연설을 직접 비교했고 오바마 후보가 본인이 직접 생각해 낸 창의적인 언어를 사용했는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지식인에게는 사망 선고에 가까운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오바마 후보는 나는 두 권의 책을 썼다. 내 친구인 패트릭과 나는 항상 생각을 공유하고 그도 때때로 내 것을 쓴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힐러리 후보 역시 내가 즐겨 쓰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을 사용하지만 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연설 어떻게 만들어지나=오바마 후보의 연설문은 3명의 젊은이가 작성한다. 오바마 후보는 연설문 작성팀의 좌장 격인 존 패브루(26) 씨를 2004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 캠프에서 주요 후보들의 연설 파일을 정리하는 미관말직에 있던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

패브루 씨는 나로서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코치 역할을 하는 셈이지만 오바마 역시 자신의 문제점을 모니터해 줄 조언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브루 씨와 동갑내기인 애덤 프랭클 씨는 1960년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시어도어 소렌슨 씨의 회고록 집필 작업에 참여했다. 30세로 가장 나이가 많은 벤 로즈 씨는 이라크전쟁 관련 백서 작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실력파이다.

패브루 씨는 화려한 말로 연설문으로 써 줄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소화해 자신의 말로 만드는 것은 후보 자신이라며 오바마 후보는 종이에 적힌 언어에 영혼을 담아 대중에게 호소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