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언론탄압 백서

노무현 정부 5년의 언론탄압 실태가 백서 형태로 나왔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가 펴낸 652쪽 짜리 백서는 표지부터 언론의 암흑시대를 상징한다. 검정색 바탕에 촛불을 켠 채 노트북을 두드리는 일선기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 장 한 장 넘겨 가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국민과 언론의 알권리, 취재보도의 자유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죄상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적대적 언론관을 드러내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할 수 있는 기개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니 청와대에 들어가 5년 내내 언론과 싸움질을 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관제() 인터넷 언론 청와대 브리핑과 국정 프리핑을 만들어 언론 공격의 주력부대로 삼았다. 그는 이들 매체의 편집국장이며 기자였다. 그는 직접 글을 올리거나 참 잘 했어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때론 편집방향과 내용까지 지시했다. 언론탄압 백서는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백만 윤승용 전 홍보수석비서관,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을 대못질 5인방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이 5인방을 지휘한 총감독은 바로 노무현 씨다.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문을 연 공식 홈페이지에 편협의 언론탄압 백서를 의식한 듯 참여정부는 언론을 탄압했는가라는 글을 실었다. 가판 구독을 중단하고 개방형 브리핑제 등을 도입한 것을 업적이라고 치부했다. 기자들과 공무원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놓고 기자들이 쫓겨나 갈 곳이 없는가라고 묻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기사 송고실에서 개방형 브리핑이나 듣는 것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는 논리다. 봉하마을에서 언론 전쟁을 다시 시작할 모양이다.

세상의 권력자들은 방자한 권력에 시비를 걸고 감시하는 언론을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칼럼니스트의 전화 도청까지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백서를 일독()하고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