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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노전대통령보다 못한 이들 많다

Posted April. 21, 200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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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가슴앓이를 거듭하고 있다. 한미 FTA는 국익 증진이란 확신을 갖고 있는 당 대표로서 당내 다수인 FTA 반대의견에 맞서서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비준안의 4월 임시국회 상정을 예고해 왔다.

손 대표는 18일 우리 당에 (한미 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못한 이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전통적 지지자들의 반대 속에서도 국익을 위해 FTA 협상을 마쳤지만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한 상당수 당내 인사가 내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의 표정과 어조에서 비장함이 묻어났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20일 손 대표는 당내 논의과정에서 한미 간 무역확대 이외의 대안을 내놓아보라며 반대론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손 대표의 공론화 시도 이전에는 찬성자조차 찬성의견을 꺼내기 어려웠지만 대표가 총대를 멘 이상 이런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도농 간 첨예한 이해가 맞선 이 사안을 두고 민주당에는 원외의 당 대표가 찬성하고, 다수 의원이 반대하는 독특한 구도가 형성돼 있다. 그런 만큼 국회에서 당론투표보다 의원 개별 투표(크로스보팅)가 예상되고 있다. 손 대표 측은 18대 국회로 넘어간 뒤 한미 FTA가 투표에 부쳐지면 한나라당은 어차피 FTA를 비준한다며 민주당이 주도해 한나라당에 더 큰 피해자 대책을 양보받으며 비준하는 게 옳다고 말하고 있다.

손 대표의 FTA 전도사 역할을 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 진보진영에서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이라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너무 다르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호남 충청 등 농촌지역 의원들도 일단은 반대라는 견해다. 수도권에서도 진보인사들의 반대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한미 FTA는 원내대표 선출(5월) 및 전당대회(6월 중순)를 앞두고 민주당 내 정체성 논란을 유발하며 손 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사안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손 대표가 굳혔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손 대표는 6월 전당대회를 마무리한 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장외 정치를 해야 한다. 민심의 지지만이 그가 의존할 대상이란 이야기다.

옛 민주당 출신의 한 당직자는 18일 요즘 손 대표는 당내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적 지지를 얻는다면 개의치 않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대표로서의 행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승련 고기정 srkim@donga.com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