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괴담 선동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이웃이다

[사설] 괴담 선동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이웃이다

Posted May. 09, 2008 08:36,   

日本語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괴담 여파로 수입 쇠고기뿐 아니라 한우 소비까지 줄고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한 한우 전문점은 평일 저녁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요즘엔 15개 테이블 중 2, 3개 정도만 찬다.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라는 이 식당 주인은 이러다 한우 전문점들이 대거 문을 닫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TV 방송이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소 도축 영상을 접한 뒤 쇠고기를 먹기가 싫어졌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냉장고에 보관했던 사골 국물을 내다버렸다는 주부도 있다.

정육점과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줄면 그 타격은 한우 도매상과 도축장을 거쳐 축산농가에 미친다. 한우의 산지 가격은 광우병 괴담이 번진 뒤 더 떨어진데다 그나마 거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괴담과 왜곡 보도의 결과는 이처럼 참담하다.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인 자영업자와, 일부 선동세력이 그토록 보호하자고 외쳤던 한우 농가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6.5%(2006년)로 선진국보다 10%포인트 가량 높다. 자영업의 증가는 외환위기로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슬픈 그늘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내몰린 가장들이 특별한 기술이나 큰 돈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탓이다. 이 중 상당수는 가족 구성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생계형 자영업이다. 하지만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폐업 행렬이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엔 밀가루를 비롯한 원재료 값의 폭등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괴담까지 겹쳤다. 닭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까지 받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닭고기 판매량이 격감했고 오리고기, 삼계탕을 파는 식당은 손님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쇠고기와 닭고기 소비 기피가 또 다른 광풍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괴담으로 내 이웃의 삶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